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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bourne/석사이야기

호주에서 디자인 석사 하기

by 오제슈 2024. 3. 1.

 
 
현재 나는 RMIT 대학교의 MDIT(Master of Digital Innovation and Technology) 석사를 지원하여 합격하였으며 다음주에 있을 진짜 개강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이 과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한국인은 정말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생소한 과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시대 트렌드에 맞추어 만들어진지 10년정도 된 과이기 때문에 이 과를 졸업한 한국인은 더더욱 없다. OT를 갔을 때 한국인을 아직 한명도 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과를 선택했을 때 어떠한 사고 방식으로 선택했는지 간략히 적고 나만의 솔직한 이유를 남기려고 한다. 


간단한 자기소개


  • 서울의 모 대학교 건축학과 (5년제) 졸업 GPA (95/100)
  • 건축사사무소 약 2년 수련


 
 


준비과정

 


건축학과 졸업생(건축의 길을 희망하여 건축사사무소 재직중이거나 희망하는)의 유학 루트는 도시건축, 친환경, 건축 석사 ⭢ 해외 건축사사무소 (그 외 비슷한 건축계열 회사) 취업이였다.  
즉,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움의 목적이 있기보다 해외 건축사사무소에 취업하기 위하여 유학을 간다. (물론 배우려고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공부보다 실무가 더 잘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다른 루트를 생각해 보았다. 해외 건축사사무소 취업 도전 ⭢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석사.

하지만 이러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을 때,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얼마나 인간에게 스트레스를 주는지 깨달았고, 생각 보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던 내게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거, 내 마음의 위안과 포트폴리오의 완성도 파악을 위해 ‘지원서를 넣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또한, 당시 퇴사를 하고 호주에 잠깐 영어공부 할 겸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호주 대학교 시스템에 대해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되었는데, 호주는 한국이나 미국과 다르게 학위 시스템이 굉장히 다양하였다. 한국에는 학사,석사,박사의 종류만 있다면 호주(+ 영국권 나라)에는 Bachelor, Graduate Certificate, Graduatie Diploma, Master Degree, Ph.D 등 학위가 다양하였고 수업을 들어보고 중도에 졸업을 하더라도 그 학위를 인정해주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이렇게 제도가 Flexible한 호주의 교육시스템이 너무 마음에 들어 관심있는 분야 어떤 것이든 찾아서 offer를 넣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유학원 없이 스스로 내게 가장 잘맞는 학교가 어딜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디자인 계열로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교가 RMIT라는 것을 들었고, 시드니에 있는 다른 대학교도 찾아보았지만 RMIT가 가장 코스도 다양하고 내가 정말 공부하고 싶었던 과가 있었다. 그래서 만들어놓은 CV와 Portfolio, 기존에 회사 다니면서 준비해 둔 토플 성적을 넣어 지원하였더니 바로 Offer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RMIT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참고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처음에는 6개월만 경험해야지 하고 Graduate Certificate로 Offer를 넣었고 수락을 받았으나, 호주의 법 특성상 반드시 2년의 석사 과정을 거쳐야지만 일할 수 있는 Graduate Visa를 준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은 나중에 바뀌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Master Course로 Offer를 받는게 안전하고 번거롭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석사 과정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호주를 선택한 이유 


나는 사실 영국, 호주, (특히) 미국을 모두 옵션으로 두고 어디로 유학을 갈지 고민했다. 내가 나온 과는 디자인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과이기 때문에 과 특성상 네임벨류가 있는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이나 영국의 탑 스쿨, 혹은 유럽 (프랑스, 독일)으로 많이 유학을 가는 편이며, 이미 주변 지인들은 미국의 아이비리그로 진학하거나, 유럽으로 떠날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로 유학을 가는 것에 대해 굉장히 의아해하는 시선을 많이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호주를 선택했는지 몇가지 이유를 적어보자면,


1. 가족 / 안전함 / 심리적 편안함 
오래 전부터 나의 혈육은 이미 호주로 유학을 떠나 가족을 꾸려 정착하였으며, 혈육이 정착하기 전부터 자주 멜버른에 놀러와 이곳 저곳 둘러보며 호주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에 이미 빠져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도시가 익숙하면서도 도시가 주는 편안함에 매료되었다. 또한 어릴적부터 무척이나 의지도 많이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 가는 추억들을 다시 쌓고 살붙이고 지내고 싶어 호주로 가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건축이 아닌 길을 선택하자
일단 다른 나라(미국,영국,유럽)로 가게 된다면 가장 빠르게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은 건축학과 석사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할 수 있는게 이것 뿐이였으니까. 도시건축, 친환경 등 건축학과 내에 있는 세부 전공에는 큰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건축 석사를 해야 했는데, 이걸 하게 된다면 또 내가 앞으로 무얼 하고 있을지 안봐도 비디오였다. 그리고 줄곧 건축을 하면서 항상 건축을 베이스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게 뭘까 항상 궁금하던 사람이었는데, 눈에 보이는 길이라는 이유로 건축학과 석사를 진학하여 과거에 했던 고민들을 또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으로 건축이 아닌 다른 디자인 관련 과로 석사를 진학할 수 있겠지만 추천서, 영어 성적은 물론이고 포트폴리오가 필요했다. 하지만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는 내게 포트폴리오, 추천서 등으로 1년의 시간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쏟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RMIT에 건축을 베이스로 들어갈 수 있는 디자인과를 발견하였고,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였으니 어떻게 지원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서 지원하였다.

3. 워라밸 
내가 전해 듣기로 미국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가 사라진 이후 재택이 많이 사라졌다고 들었고, (물론 건축 분야 내에서만 들은 이야기이다) 오히려 업무 강도가 굉장히 높다고 들었다. 하지만 호주 같은 경우에는 확실히 일주일에 회사를 가는 날짜가 이틀밖에 없다. 물론 Work by Work 이겠지만, 어쨌든 워라밸과 일을 했을 때의 만족감이 많이 높다는 걸 체감하니 오히려 호주에서만큼은 회사에 들어간다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워라밸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판단을 했다.
(사실 나는 내 개인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지만, 이 이야기는 차차 풀도록 하겠다)



 


 

RMIT를 선택한 이유

 
 


1 ‘건축’ 석사를 안하는 방향을 선택하자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건축 석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건축’과 관련된 과에 가고 싶지 않았다. 물론 건축이 싫은 건 아니였다. 건축이 좋았고 재미있었다. 건축학과 학생일 때는 ’학생‘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마구 할 수 있어 즐거웠고, 회사 생활 땐 일이 많이 하드하고 야근이 잦았지만,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 정말 회사 다닐 맛이 났다. 하지만, ’내‘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보면, 내 자신의 개성, 꿈이 사라지고 회사원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갈 수 있는 방향이 선배들 혹은 주변 사람들의 길대로 정해져있는 것만 같았고, 나의 10년후의 미래가 보였다. 보이는 길도 물론 순탄하진 않을테지만, 현실의 편안함과 안정감 속에 안주하는 내 깊은 마음속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도전‘이라는 씨앗을 한번도 세상 앞에 보여주지 못한 채 이 길로 가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2년 6개월동안 멈추지 않았다.  
 
 2. 그렇다고 내가 가진 베이스를 버리지 말자.
건축 석사를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진 베이스를 완전히 놔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는 건축이 정말 혐오의 대상은 아니었으니까. 버린다기 보다 찾고 싶었다. 정말 이 길을 필두로 융합하여 다른건 할 수 없는지. 그렇게 찾게 된 것이 RMIT의 Design Innovation & Techonolgy 이다.  

3. 호주에서 가장 실용적인 대학교
찾아보았을 때 대부분의 대학교는 Research을 기반으로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무와는 다소 동떨어진 수업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OT 때 알게된 많은 타대학 학사 학생들도 줄곧 말하는 부분이 자신의 대학교가 연구 중심의 학문으로 이루어져 있어, 오히려 이 대학교로 와서 실무와 가장 직접적인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라고 하였다. 물론 대학교라는 게 반드시 직업을 찾기 위한 수단은 절대 아니고 공부를 하며 깨달음을 얻고 지식을 얻는 교육기관으로서 존재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특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회사에서 인턴할 수 있는 기회, 현실에 접목시킬수 있는 실용적인 학문을 배우는 것이였다. 이러한 것들을 견주어 봤을 때 그 어느 대학보다도 호주 내에서 RMIT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RMIT는 그 어떤 대학보다 인턴의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장 메리트가 있는 학교가 아닐까한다.

이렇게 나의 대학원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