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성이 가득한 공간을 좋아한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감성 숙소, 감성 카페,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에 대한 인기가 많아지다 보니 마치 감성을 모방한 듯한 공간들이 곳곳에 보인다. 사진으로 보았을 땐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실제로 공간에 들어가면 진짜인지 아닌지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사실 나는 '감성이 있는 공간'보다 '취향이 가득한 공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우연히 취향이 듬뿍 담긴 카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마지막 날 숙소 앞에서 말이다.
히든자왈 맞은 편에 있던 디사이드온이라는 카페로 숙박객에 한해 커피를 주문하면 케익을 공짜로 준다는 프로모션이 있어 떠나기 전 아무런 정보도 생각도 없이 들어간 카페였다. (아마 지금은 없어졌을 수도 있다.)
들어가자마자 인상적이었던 건 고양이 한마리. 요염한 고양이가 쇼파에 앉아있는데 일단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카페에 있던 모든 손님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기에 멀리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커피 향이 느껴졌다.
부부께서 보이시는 두 분이 커피를 내리고 계셨고, 드립 커피의 종류로 가득한 메뉴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대로 3번과 8번을 시켰다.
주문하며 프로모션에 대해 여쭈었는데 케익이 없어서 붕어빵으로 대체해주시겠다고 했다. 줄곧 붕어빵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너무 좋았다. 그리고 맞은편의 귤은 많이 많이 가져가라고 하셨다. 속으로 '예이~'를 다시 한번 외쳤다. 그리고 10개를 패딩 주머니로 가득 넣었다.
커피를 기다리면서 흔들 의자에 앉아 기다리며 멍을 때렸다. 멍을 때리니 하나 둘 씩 공간에 놓여져 있는 작은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일어나 공간을 천천히 돌아보았는데 추억으로 가득한 소품들로 가득했다. 사장님과 같이 일했던 알바분들의 편지, 사장님의 취향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와 책, 그리고 소품들. 이런 물건 하나하나가 카페의 지나간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 같았다. 공간이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공간이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얇은 하나하나의 추억들이 켜켜이 쌓이다보면 이야기가 되고 공간을 더 풍부하게 빛하게 해준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차에 타서 커피를 마셨는데 제주도에서 먹어본 커피 중에 제일 맛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귤과 붕어빵, 그리고 제주도에서 제일 맛있었던 커피를 먹을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다음에 제주 여행 가서도 꼭 한 번 들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른 행선지로 향했다. 또 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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